빨간집의 프로젝트/어린이날 100주년 기록물 수집

어린이날 풍경 변천사

어니스트 2022. 5. 4. 21:15

어린이날, 국가적 행사가 되다!

 

제25회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승만 전 대통령 내외(출처: 국가기록원)


한국전쟁 이전의 어린이날 기념식은 주로 민간단체의 주도로 진행되었어요. 어린이들이 참가하여 희망이나 포부 따위를 말하고, 모범 어린이를 표창하거나 음악, 무용, 사생, 백일장 같은 대회를 열었다고 해요. 1953년에 중앙청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고 이듬해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어린이날은 국가적 행사가 되었어요. 


한편 어린이날이 아니라 아동 곤욕의 날이라는 비난도 있었다고 해요.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어린이들이 관 주도의 대규모 행사에서 합동체조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죠. 아동 문학가 이원수와 윤석중은 ‘어린이날엔 어른들이 어린이 재롱을 구경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에게 알맞은 잔치를 베풀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답니다.

 

1957년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선포되고 1961년 아동복지법에서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 날로 정했답니다. 이후 국어교과서에 소파 방정환과 어린이날 관련 내용이 실리면서 어린이날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다양한 행사가 치러졌어요. 이렇게 어린이날은 중요한 기념일의 하나이자 어린이를 위한 날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렇지만 가정에서 어린이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못했어요. 먹고 살기 힘든 전후시기에 명절을 챙기는 것도 빠듯했죠.

 


어린이날은 가족 소풍 가는 날


가정에서도 어린이날을 챙기게 된 데는 (1)공휴일 지정과 (2)경제 성장의 영향이 있었답니다.
어린이날이 1975년 1월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어린이날을 챙기는 가정이 크게 늘었죠. 어린이날 행사도 활발해져 지역별로 진행되기도 했어요. 부산의 어린이날 큰잔치, 서울 어린이날 경축대잔치 등 각 지자체는 물론 구청, 교육청, 문화기관에서 백일장, 걷기대회, 공연을 포함하는 각종 축제와 대회가 생겼어요. 

 

오리온제과의 종합과자선물세트(출처: 어린이조선일보)


경제가 성장하면서는 어린이날 선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커다란 박스 안에 다양한 과자가 종류별로 가득 담긴 종합과자선물세트가 인기였어요. 놀이공원과 유원지는 물론 공연, 각종 체험행사 등 즐길 거리가 늘어나면서 어린이날에 가족끼리 나들이를 떠나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됐죠. 어른들은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우리 아이에게 최고의 행복을 안겨주겠다며 가족 소풍 준비로 바빴어요. 어린이날이면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는 인파가 몰려 미아가 생길 정도였다고 해요.

 

어린이날을 무주일로(조선일보 1975.04.27.)(출처: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또한 어린이의 복지와 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1973년 부산에서는 어린이들은 365일 잠자는 시간 외에는 뛰어 놀고 그것이 어린이 생활의 전부라며,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어린이대공원이 여기저기 있는 것도 아닌데 차가 많아지면서 어린이 세계가 자꾸만 좁아진다는 것이었죠. 이에 부산서부경찰서는 ‘차 없는 어린이놀이골목’을 설정하여 주말만큼은 어린이들에게 운동장을 만들어주고자 했어요. 1975년에는 어린이날을 ‘전 가족이 함께 즐기는 하루’로 정했어요. 술 없는 날을 공표해 이날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이 술을 마시지 말고 가족과 함께 지내도록 한 것이죠.

 


가족 여행 문화로

매일이 어린이날이 된 요즘, 그래서인지 어린이날은 ‘날 좋은 계절 쉬는 날’이 되었죠. 대체공휴일이 도입되면서 근로자의날,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 등 연휴를 맞아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또한 여가문화의 확산으로 레저체험이나 캠핑 같은 가족단위의 즐길 거리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의 가족에게 어린이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또 다른 선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어린이날

비대면으로 진행된 2021년 부산 어린이날 큰잔치(출처: 부산 어린이날 큰잔치 페이스북 페이지)


2020년 전세계를 찾아온 코로나 19는 우리의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바꾸었죠. 어린이날의 풍경도 새로운 변곡점을 만났습니다. 전국의 다양한 곳에서 어린이날 전후로 열리던 축제와 행사는 전면 취소되었고, 놀이공원과 유원지 등은 입장객 수와 동선의 운영이 제한되었어요. 전례 없는 ‘집콕 어린이날’이었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밖에서 사용하는 장난감 선물의 비중은 낮아지고, 창의력 역할놀이 세트나 VR게임기 등의 학습 관련 선물이 증가했어요. 지자체에서는 어린이들이 집에서 자체적으로 놀 수 있는 콩나물 기르기, 비누 만들기 등 10가지 체험 도구 등의 집콕 어린이날 놀이 꾸러미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해요.


가족들이 다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을 즐기기도 했죠. 바깥 활동이 제한 2년 답답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답니다. '굿바이 코로나'를 앞둔 지금 우리는 다시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 우린 어린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요? 어린이날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봅니다.



참고자료


교육부 공식 블로그. “어린이날의 역사와 의미를 알아보자” https://if-blog.tistory.com/10392
한겨레(2020.05.03.) 집콕 늘고 선물도 변화…코로나가 바꾼 어린이날 풍경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943473.html
어린이조선일보(2018.05.04.) [특집] 어린이날 풍경 변천사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3/2018050302426.html
어린이날 나무위키 https://namu.wiki/w/어린이날
대신증권 공식 블로그. 어린이날 선물 변천사,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선물은?
https://m.blog.naver.com/daishin_blog/220998443012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조선일보(1973.05.22.) 도시 어린이 생활 – 마음껏 뛰놀수 있게 해주자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aver?articleId=1973052200239102002&editNo=1&printCount=1&publishDate=1973-05-22&officeId=00023&pageNo=2&printNo=16037&publishType=00010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조선일보(1975.04.27.) 어린이날을 ‘무주일’로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aver?articleId=1975042700239107011&editNo=1&printCount=1&publishDate=1975-04-27&officeId=00023&pageNo=7&printNo=16634&publishType=00010